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를 모시는 집사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녀석이 화장실을 들어가려다 말고 한참을 망설이더군요.
그러더니 화장실 바로 앞 발매트에다 ‘쉬-‘ 하고 실례를 했습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왜 여기다 싸!” 하고 혼도 냈습니다.
모래가 마음에 안 드나? 화장실이 더러운가? 별생각을 다 했죠.
하지만 병원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아이는 반항한 게 아니라 “엄마, 나 다리가 아파서 저 높은 턱을 못 넘겠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은 뚱냥이와 노령묘 집사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화장실 문턱의 높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거 하나만 낮춰줘도 배변 실수가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1. 15cm 문턱은 뚱냥이에게 ‘허들’이다
시중에 파는 대형 고양이 화장실(일명 굿*모, 평*기 등)은 모래 튐을 막기 위해 입구 높이가 꽤 높습니다.
보통 15cm에서 20cm 정도 되죠.
건강한 고양이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체중이 무겁고 관절염(퇴행성 관절 질환)이 있는 뚱냥이에겐 ‘높은 허들’입니다.
한쪽 뒷다리를 들어서 문턱을 넘으려면, 나머지 한쪽 다리로 10kg가 넘는 체중을 다 버텨야 합니다.
그 순간 무릎과 고관절에 ‘찌릿’ 하는 통증이 옵니다.
이 통증이 반복되면 고양이는 학습합니다.
“저 플라스틱 통(화장실)에 들어가면 아프다.”
그래서 들어가는 걸 참다가 이불이나 매트에 실수를 하게 되는 겁니다.
2. 해결책: 과감한 ‘입구 컷팅(Cutting)’ 수술
비싼 화장실을 새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시중 제품은 다 높으니까요.)
집에 있는 화장실 입구를 ‘톱’이나 ‘플라스틱 절단기’로 잘라주면 됩니다.
🔧 화장실 개조 가이드
- 목표 높이: 바닥에서 10cm ~ 12cm 이하. (걸어서 통과 가능한 높이)
- 방법: ‘U’자 모양으로 입구를 둥글게 잘라냅니다.
- 주의사항: 자른 단면은 사포로 부드럽게 갈거나 테이프로 마감해야 배가 긁히지 않습니다.
저는 쇠톱으로 입구 높이를 8cm까지 낮춰줬습니다.
모래가 밖으로 좀 튀긴 하지만, 뚱냥이가 다리를 들지 않고 ‘쓱’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그날 이후 배변 실수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3. 탑 엔트리(Top Entry)? 절대 금지!
사막화(모래 날림)를 막겠다고 ‘위로 들어가는 화장실(탑 엔트리)’ 쓰시는 분들 계시죠?
뚱냥이 집에선 최악의 선택입니다.
지붕 위로 점프해서 올라갔다가, 좁은 구멍으로 다시 수직 낙하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관절이 약한 뚱냥이에겐 고문이나 다름없습니다.
나올 때도 문제입니다. 배에 힘을 줘서 몸을 끌어올려야(Pull-up) 하는데,
근력이 약한 비만묘는 안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모래가 날려도 뚱냥이에게는 ‘오픈형 평판 화장실’이 정답입니다.
4. 결론: 모래 좀 밟히면 어떤가요
입구를 낮춰주면 필연적으로 모래가 밖으로 많이 튀어 나옵니다.
청소기를 하루에 두 번 돌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화장실을 참아가며 통증을 느끼는 것보다,
집사가 청소기 한 번 더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아이가 화장실 들어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만약 들어가기 전에 입구 앞에서 한 번 멈칫하거나, 나올 때 후다닥 뛰쳐나온다면(아파서),
오늘 당장 톱을 드세요. 문턱을 5cm만 낮춰줘도 아이의 삶의 질이 바뀝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입구를 낮춰서 튀어 나온 모래를 잡겠다고 깐 ‘벌집 매트’가
뚱냥이 발바닥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17. 사막화 방지 매트의 함정: 벌집 매트 대신 코일 매트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