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와 함께 노묘 생활을 준비하는 8년 차 집사입니다.
고양이에게 ‘수직 공간’은 자존심이자 본능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이 이 구역의 왕임을 확인하죠. 하지만 우리 집 뚱냥이처럼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관절염이 시작된 아이들에게, 천장까지 솟은 수직형 캣타워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어버립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녀석이 캣타워 1층 스크래쳐만 긁고, 위쪽은 쳐다만 보고 돌아서더군요. 점프할 엄두가 안 나는 겁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점프하지 않고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아주 튼튼하고 넓은 계단은 없을까?”
펫숍을 다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저는 가구점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스텝형 수납장’이라는 완벽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캣타워보다 더 뚱냥이에게 사랑받는, ‘가구로 만드는 계단 인테리어’ 팁을 공유합니다.
1. 뚱냥이에게 ‘일반 펫 스텝’이 위험한 이유
보통 강아지들이 쓰는 스펀지나 플라스틱 계단(Pet Steps)을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걸로 높은 곳까지 길을 만들어주기엔 한계가 명확합니다.
첫째, 너무 좁고 가볍습니다.
11kg 고양이가 밟으면 플라스틱 계단은 휘청거리고 밀립니다. 발판 폭도 20~25cm 정도로 좁아서, 덩치 큰 뚱냥이가 안심하고 밟기엔 역부족이죠.
둘째, 높이의 한계입니다.
기성품 계단은 기껏해야 침대나 소파 높이(50cm) 정도입니다. 고양이가 원하는 건 창문 높이, 장롱 위 같은 1m 이상의 높은 공간인데, 스펀지 계단을 천장까지 쌓을 수는 없으니까요.
2. 인테리어 고수들의 선택: ‘계단형 수납장’ (feat. 이케아)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아이들 장난감 정리함으로 유명한 ‘스텝형 수납장’(예: 이케아 트로파스트 등)입니다. 계단식으로 층이 져 있는 목재 가구인데, 이게 뚱냥이에게 기가 막힌 캣타워가 됩니다.
🛋️ 가구를 계단으로 쓸 때의 장점
- 압도적인 내구성: 사람이 앉아도 되는 가구입니다. 11kg 뚱냥이가 점프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 그 자체입니다.
- 넓은 발판 (Landing Area): 수납장 깊이가 보통 40cm 이상입니다. 뚱냥이가 올라가다가 중간에 엎드려서 식빵을 구워도 넉넉한 사이즈입니다.
- 수납 해결: 계단 아래 공간은 서랍장입니다. 고양이 모래, 캔, 장난감 등 지저분한 용품을 싹 다 숨길 수 있어서 집이 깔끔해집니다.
저는 이 수납장을 창가 쪽에 배치했습니다. 가장 낮은 칸(30cm) → 중간 칸(60cm) → 높은 칸(90cm)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등산로가 만들어졌죠. 뚱냥이는 이제 점프 한 번 없이, 우아하게 걸어서 창문 뷰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3. 미끄러움 방지 시공은 필수!
가구를 캣타워로 쓸 때 단 하나 주의할 점은 ‘표면의 미끄러움’입니다.
대부분의 수납장은 표면이 매끄럽게 코팅되어 있어서, 고양이가 뛰어오르다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뚱냥이가 미끄러지면 관절에 치명적입니다.
반드시 ‘타일 카페트’나 ‘스크래쳐 매트’를 가구 윗면에 부착해 주세요.
저는 다이소에서 파는 접착식 타일 카페트를 사서 수납장 윗면 사이즈에 딱 맞게 잘라 붙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고양이가 발톱을 박고 올라갈 수 있어서 안정감이 생기고, 겨울엔 엉덩이도 따뜻해집니다.
4. 캣워크(Cat Walk)로 연결하기
이 계단형 수납장의 끝을 어디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수납장의 가장 높은 곳을 ‘옷장 위’나 ‘냉장고 위’ 같은 집안의 높은 공간과 연결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옷장 위 공간이, 계단장이 생긴 뒤로는 뚱냥이의 ‘최애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집 안을 한 바퀴 빙 둘러서 다닐 수 있는 ‘순환형 동선’이 만들어진 것이죠. 운동량이 부족한 뚱냥이에게 억지로 뛰라고 하는 것보다,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운동 유도법입니다.
5. 결론: 인테리어와 고양이, 둘 다 잡으세요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는 흉물스러운 캣타워 때문에 고민이셨나요?
그렇다면 ‘가구’로 눈을 돌려보세요.
집사에게는 넉넉한 수납공간을 주고, 뚱냥이에게는 관절 걱정 없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줍니다. 아이가 나이 들어서도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배리어 프리’ 환경, 가구 배치만 조금 바꿔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비싼 소파를 뚱냥이의 발톱으로부터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
’23. 가죽 소파 절대 지켜! 뚱냥이 발톱도 미끄러지는 아쿠아클린 패브릭의 진실’에 대해 리얼한 사용 후기를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