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의 굉음, 11kg 뚱냥이가 캣폴과 함께 추락했다 (텐션형의 배신)

 

안녕하세요. 프로 뚱냥이 집사입니다.

 

혹시 댁에 천장과 바닥을 지지해서 고정하는 ‘수직형 캣폴’을 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이 글을 보신 게 천만다행입니다.

 

저는 2년 전, 새벽 3시에 집이 무너지는 듯한 “쿠당탕!!”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거실로 뛰어나가 보니, 천장에 고정해 뒀던 캣폴이 쓰러져 있었고 그 밑에는 우리 11kg 고양이가 깔려 있었습니다.

 

다행히 두꺼운 카페트 덕분에 골절은 피했지만, 아이는 그 충격으로 3일 동안 구석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분명 꽉 조여놨는데 왜 쓰러졌지?”

 

오늘은 저처럼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뚱냥이 가정에서 ‘텐션형 캣폴’이 왜 시한폭탄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처절한 분석을 해드립니다.


1. 뚱냥이의 ‘킥(Kick)’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집사님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캣폴이 견뎌야 하는 건 고양이의 ‘체중(수직 하중)’뿐만이 아닙니다.

 

더 무서운 건 고양이가 캣폴을 박차고 나갈 때 발생하는 ‘횡력(가로로 미는 힘)’입니다.

 

3~4kg의 가벼운 고양이가 뛸 때는 캣폴이 살짝 흔들리고 말지만,
10kg가 넘는 거대 고양이가 도움닫기 해서 점프하거나, 기둥을 잡고 매달려서 흔들면 그 힘은 수십 kg에 달합니다.

 

마치 건장한 성인 남성이 기둥을 잡고 작정하고 흔드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꽉 조여놓은 나사라도, 매일 이렇게 흔들어대면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 캣폴이 무너진 날도 그랬습니다. 나사가 풀린 줄도 모르고 아이가 꼭대기에서 점프하는 순간, 그 반동으로 기둥이 튕겨 나간 겁니다.

 

2. 우리 집 천장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석고보드의 함정)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아파트 천장 대부분은 콘크리트가 아닙니다.
콘크리트 밑에 각목을 대고 ‘석고보드’‘합판’으로 마감한 이중 천장 구조죠.

 

여기에 캣폴을 설치하면 딜레마에 빠집니다.

 

  • 너무 꽉 조이면? 천장 석고보드가 ‘폭’ 하고 뚫리거나 금이 갑니다. (천장 파손 배상비 폭탄)
  • 살살 조이면? 뚱냥이가 매달릴 때 마찰력이 부족해 미끄러져 쓰러집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면 나무나 금속이 수축/팽창하면서 미세한 유격이 생기는데,
뚱냥이 집에서는 이 작은 유격이 바로 ‘붕괴 사고’로 이어집니다.

 

3. 그럼 타공(Drilling)이 답일까?

 

가장 확실한 건 천장을 뚫어서 ‘앙카 박음질’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전세나 월세 사시는 분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제가 찾은 타협점과 솔루션을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보강판’ 없이는 설치하지 마세요.
손바닥만 한 캣폴 상단 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넓은 나무 판자나 보강판을 천장에 덧대어 마찰 면적을 넓혀야, 천장 뚫림도 막고 미끄러짐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주일마다 ‘수평계’ 체크.
귀찮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둥을 잡고 흔들어보고, 수평계 어플로 기울어짐이 없는지 확인해서 다시 조여줘야 합니다. 이게 귀찮다면 캣폴을 쓰면 안 됩니다.

 

4. 결론: 저는 결국 ‘이것’으로 바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 사고 이후 캣폴을 갖다 버렸습니다.
매주 나사를 조이는 것도 스트레스고, 무엇보다 출근했을 때 또 무너질까 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대신 ‘4발 달린 타워형 캣타워’로 바꿨습니다.
바닥을 차지하는 면적은 넓어졌지만, 11kg 뚱냥이가 와일드하게 점프해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만약 좁은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캣폴을 써야 한다면,
반드시 기억하세요.

 

“뚱냥이에게 캣폴은 소모품이 아니라 관리 대상입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캣폴 기둥을 잡고 힘껏 흔들어보세요. 만약 ‘끄덕’ 한다면, 오늘 밤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뚱냥이들이 캣타워에서 가장 편안해하는 자세,
‘4. 발판 최소 너비 40cm와 식빵 자세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