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뚱냥이가 캣타워를 안 쓰는 진짜 이유 (계단 vs 경사로 30도의 비밀)

안녕하세요. 11kg 프로 뚱냥이 집사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우리 집 고양이가 캣타워 꼭대기 층에 올라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저 “살이 쪄서 만사가 귀찮아졌나 보다” 하고 넘겼었죠.

 

하지만 그건 집사의 무지였습니다.
귀찮은 게 아니라, 내려올 때 무릎이 아파서 못 올라가는 거였습니다.

 

사람도 쌀 한 가마니(80kg)를 지고 계단을 뛰어내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릎 연골이 남아날까요?

 

오늘은 뚱냥이의 잃어버린 수직 공간을 되찾아준 ‘기적의 각도 30도’‘경사로(Ramp)’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시면, 당장 줄자를 들고 각도를 재보게 되실 겁니다.


1. ‘계단(Step)’은 뚱냥이에게 망치질과 같다

 

보통 캣타워에는 층층이 ‘발판(Step)’이 달려 있습니다.
날렵한 3~4kg 냥이들에겐 즐거운 정글짐이지만, 8kg 이상 비만묘에겐 고문 기구입니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착지할 때, 앞다리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의 5배라고 합니다.
10kg 고양이가 점프해서 내려올 때마다, 무릎에 50kg짜리 망치로 때리는 충격이 가해지는 셈이죠.

 

저희 집 냥이도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이미 초기 관절염 소견이 있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습니다. “계단 다 없애세요. 얘한텐 절벽입니다.”

 

2. 미끄럼틀이 아니다, ‘등산로’여야 한다 (30도의 법칙)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바로 ‘경사로(슬라이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범한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

 

시중에 파는 예쁜 슬라이드를 샀는데, 각도가 너무 가파른 45도였던 거죠.
뚱냥이가 올라가려다 발톱이 박히지 않아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고, 그 뒤로는 경사로 근처에도 안 갔습니다.

 

📐 뚱냥이 맞춤 ‘황금 각도’ 공식

  • 45도 이상: 일반 냥이용 (뚱냥이에겐 미끄럼틀)
  • 30도 이하: 관절 보호용 (편안한 등산로)

 

제가 직접 각도기로 재서 30도에 맞춰 완만하게 설치해 줬더니,
그제야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어서(점프 없이!) 올라가더군요.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뚱냥이는 움직입니다.

 

3. 각도만큼 중요한 ‘제동력(Grip)’

 

각도를 30도로 맞췄는데도 고양이가 안 쓴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소재’ 문제입니다.

 

많은 원목 캣타워 옵션 상품인 ‘해먹 슬라이드’나 ‘원목 발판’은 코팅이 되어 있어 엄청 미끄럽습니다.
11kg의 육중한 몸을 지탱하려면 발톱이 ‘박혀야’ 합니다.

 

  • 매끈한 원목 (X): 스케이트장. 십자인대 파열의 지름길.
  • 카페트/면줄 스크래쳐 (O): 발톱이 쑥 들어가서 등반 가능.

 

저는 기존 원목 판에 다이소에서 파는 ‘타일 카페트’를 사다가 빈틈없이 붙여줬습니다.
제동력이 생기니 내려올 때도 썰매 타듯 내려오는 게 아니라, ‘사박사박’ 밟으며 안전하게 하산하더라고요.

 

4. 결론: 수술비 200만 원 vs 경사로 5만 원

 

고양이 관절 수술, 한번 시작하면 기본 몇백만 원 깨지는 거 아시죠?
돈도 돈이지만, 회복 기간 내내 좁은 장(Cage)에 갇혀 지내야 하는 아이를 보는 건 지옥입니다.

 

지금 캣타워를 한번 보세요.
우리 뚱냥이가 “으랏차!” 하고 기합을 넣으며 뛰어오르나요? 아니면 한참을 망설이나요?

 

만약 망설인다면,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나 무릎 아파”라는 신호입니다.

 

지금 당장 캣타워 옆에 완만한 30도 경사로 하나 놔주세요.
우울해하던 뚱냥이가 다시 캣타워 꼭대기에서 집사를 내려다보는 ‘왕의 귀환’을 보게 되실 겁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집 천장이 무너질 뻔했던 식은땀 나는 경험담,
‘3. 캣폴 수직 하중과 천장 타공의 진실’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