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짧아 슬픈 뚱냥이, ‘이것’ 바꿔주니 날아다닙니다 (스텝 간격의 비밀)

 

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와 동거 중인 프로 집사입니다.

 

저희 집 고양이는 캣타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한참을 밑에서 올려다보며 엉덩이만 씰룩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생각했죠.

 

“살이 쪄서 점프가 안 되나 보다…”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점프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높아서’ 엄두를 못 내는 거였으니까요.

 

오늘은 뚱냥이의 캣타워를 ‘암벽 등반 코스’에서 ‘편안한 계단’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숫자 ’15cm’에 대해 이야기해 드립니다.
이거 하나만 바꿔줘도, 뚱냥이가 날아다니는 기적을 보실 수 있습니다.


1. 기성품의 30cm 간격은 ‘절벽’이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캣타워나 캣폴은 발판과 발판 사이의 높이(단차)가 30cm에서 40cm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날씬한 고양이들에게는 가볍게 톡 하고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입니다.

 

하지만 뱃살이 축 늘어지고 다리가 짧은 비만묘에게 30cm는 어떨까요?
사람으로 치면 자기 허리 높이만 한 담벼락을 배낭 메고 뛰어넘어야 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뚱냥이들은 배가 나와서 뒷다리를 웅크리는 힘(도약력)이 약합니다.
그러니 30cm 높이를 오르려면 앞발로 매달려서 턱걸이하듯 기어 올라가야 하는데,
이게 엄청난 체력 소모와 관절 통증을 유발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안 올라가죠. 게으른 게 아니라 힘들어서 못 가는 겁니다.

 

2. 뚱냥이를 위한 황금 높이: 15~20cm

 

제가 이 사실을 깨닫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간 발판’을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발판 사이에 작은 스텝을 하나 더 달아서 높이 차이를 줄여준 거죠.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찾아낸 뚱냥이 최적의 높이는 바로 15cm~20cm였습니다.

 

📏 높이별 고양이 반응 (11kg 기준)

  • 30cm 이상: 한숨 쉬고 포기하거나, 큰맘 먹고 기어오름.
  • 25cm: 끙차 하고 올라감. (약간 힘겨움)
  • 15~20cm: 점프 없이 사뿐사뿐 ‘걸어서’ 올라감.

 

단차를 20cm 이하로 줄여주니, 고양이가 점프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계단을 걷듯이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이동했습니다.
무릎에 충격도 없고, 도움닫기도 필요 없으니 심리적 부담이 사라진 겁니다.

 

3. 촘촘한 배치가 ‘우다다’를 부른다

 

발판 간격을 촘촘하게 재배치해 준 첫날,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평소라면 1층 스크래쳐만 긁고 말았을 녀석이, 순식간에 꼭대기 층까지 ‘다다닥’ 하고 올라가 버린 겁니다.

 

그동안 몸이 무거워서 못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발판이 만만해지니 숨겨왔던 사냥 본능과 활동성이 폭발한 거죠.

 

“우리 고양이가 이렇게 날쌘 애였어?”

 

활동량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효과도 따라왔습니다.
억지로 낚싯대를 흔들지 않아도 혼자 캣타워를 오르내리며 칼로리를 소모하기 시작했으니까요.

 

4. 결론: 캣타워에도 ‘공사’가 필요합니다

 

혹시 지금 쓰고 계신 캣타워가 발판 높이 조절이 가능한 제품인가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육각 렌치를 들고 가장 낮은 높이로 조절해 주세요.

 

만약 조절이 안 되는 제품이라면?
발판 밑에 튼튼한 박스나 스툴 의자를 놔서 ‘징검다리’를 만들어주세요.
30cm 높이를 15cm 두 번으로 쪼개주는 것만으로도 뚱냥이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양이가 늙고 뚱뚱해서 안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무심코 배치한 가구들이 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애지중지 세팅한 캣타워를 벽에 고정할 때 필수적인,
‘6. 석고보드 벽 선반 앙카 선택 (토글 vs 동공)’ 시공 노하우를 들고 오겠습니다. (이거 모르면 벽 다 부서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