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와 함께 사는 집사입니다.
혹시 고양이를 위해 벽에 ‘캣워크(구름다리 선반)’ 설치를 꿈꾸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절대 드릴을 잡지 마세요.
저는 3년 전, 인터넷에서 산 예쁜 원목 선반을 동봉된 나사로 벽에 박았습니다.
단단히 고정됐다고 생각했고, 우리 고양이가 그 위로 점프해서 올라갔죠.
“빠지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선반은 벽에서 뜯겨 나갔고, 벽지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렸습니다.
고양이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벽 대부분은 ‘석고보드’였고, 일반 나사는 석고보드에서 ‘밀가루 반죽’처럼 힘없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저처럼 벽 망치고 후회하지 마시라고, 뚱냥이 무게도 버티는 ‘특수 앙카(Anchor)’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1. 서비스로 주는 ‘플라스틱 칼블럭’, 바로 갖다 버리세요
선반을 사면 봉지에 담겨 오는 빨간색, 흰색 플라스틱 부품(칼블럭) 아시죠?
그건 콘크리트 벽 전용입니다.
두드려봤을 때 ‘통통’ 소리가 나는 가벽(석고보드)에 이걸 박으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박히는 척하지만, 10kg 뚱냥이가 밟는 순간 그냥 쑥 빠집니다.
석고보드는 말 그대로 석고 가루를 압축한 판입니다.
나사선이 힘을 받을 곳이 없어서 바스러집니다.
절대, 네버, 동봉된 플라스틱 앙카를 석고보드에 쓰지 마세요. 그건 재앙의 시작입니다.
2. 뚱냥이를 버티는 양대 산맥: 토글 vs 동공
그럼 뭘 써야 할까요? 벽 뒤 빈 공간에서 날개를 펴서 ‘걸어주는’ 방식의 특수 앙카를 써야 합니다.
제가 써보고 검증한 딱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 석고보드용 특수 앙카 비교
- ① 동공 앙카 (자천공 앙카): 나사처럼 돌려 박으면 안에서 날개가 펴짐.
→ 하중 5~10kg 내외. 가벼운 소품이나 날씬한 냥이용. - ② 토글 앙카 (Toggle Anchor): 구멍을 뚫고 접힌 날개를 밀어 넣으면 ‘철컥’ 하고 펴짐.
→ 하중 20~30kg 이상. 뚱냥이 선반용으로 강력 추천.
저는 처음에 동공 앙카를 썼다가 살짝 흔들리는 걸 보고 식겁해서, 지금은 무조건 ‘토글 앙카’만 씁니다.
벽 뒤에서 금속 막대가 T자로 펴져서 벽을 꽉 물고 있기 때문에, 11kg 고양이가 뛰어내려도 벽이 뜯어지면 뜯어졌지 앙카는 안 빠집니다.
3. 가장 좋은 건 ‘스터드(Stud)’를 찾는 것
사실 앙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석고보드를 지지하고 있는 ‘나무 기둥(각목)’을 찾아서 거기에 나사를 박는 겁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3천 원짜리 강력 자석을 벽에 대고 문질러보세요.
자석이 ‘턱’ 하고 붙는 곳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스터드(기둥)가 있는 곳입니다.
기둥에 박힌 나사는 100kg도 버팁니다.
저는 뚱냥이가 가장 자주 밟는 선반의 양쪽 끝은 무조건 스터드를 찾아서 박고, 그게 안 되는 중간 부분만 토글 앙카로 보강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뚱냥이가 우다다를 해도 집사가 발 뻗고 잘 수 있습니다.
4. 결론: 앙카 하나에 500원, 벽 수리비는 20만 원
철물점에 가면 토글 앙카 하나에 500원, 1,000원 정도 합니다.
“나사 하나에 천 원이나 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천 원을 아끼려다 벽에 구멍이 뚫리면 도배비와 석고보드 보수 비용으로 수십만 원이 깨집니다.
무엇보다 선반이 떨어질 때 우리 고양이가 다칠 수 있다는 게 가장 끔찍하죠.
지금 벽에 선반을 달 계획이시라면,
선반 디자인을 보기 전에 우리 집 벽이 ‘통통’ 소리 나는 석고보드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그리고 반드시 토글 앙카를 주문하세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튼튼하게 박은 앙카 위에 선반을 올릴 때,
선반이 휘어지는 걸 막아주는 ‘7. 브라켓 지지대 역학 (ㄱ자 vs 삼각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거 잘못 고르면 선반이 인사하듯 숙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