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선반이 인사를 합니다 (뚱냥이와 ‘ㄱ’자 브라켓의 최후)

 

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와 거주 중인 프로 집사입니다.

 

지난 시간에 벽을 뚫고 앙카를 박는 법을 알려드렸죠?
벽은 완벽하게 보강했는데, 며칠 뒤 묘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수평계로 완벽하게 맞춰둔 선반이, 고양이가 몇 번 올라가더니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겁니다.
마치 저한테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처럼요.

 

고양이가 선반 끝에 앉아 있을 때마다 선반이 ‘낭창낭창’ 흔들리는 게 보였고,
결국 불안함을 느낀 녀석은 그 선반을 안 쓰기 시작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브라켓(받침대)의 모양’이었습니다.
오늘은 뚱냥이 집사라면 디자인을 포기하더라도 꼭 선택해야 하는 ‘삼각형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심플한 ‘ㄱ’자 브라켓? 뚱냥이에겐 지렛대일 뿐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 ‘ㄴ’자나 ‘ㄱ’자로 된 심플한 철제 브라켓을 많이 씁니다.
깔끔하고 예쁘죠.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꺾이는 부분(모서리)에 모든 힘이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10kg짜리 뚱냥이가 선반 끝부분(벽에서 먼 쪽)을 밟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벽 쪽 브라켓 모서리에는 10kg가 아닌 수십 kg의 휨 모멘트(Bending Moment)가 발생합니다.

 

결국 쇠가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펴지면서 선반이 앞으로 쏠리는 겁니다.
제가 썼던 3mm 두께의 철제 브라켓도 11kg 뚱냥이의 무게를 일주일도 못 버티고 휘어졌습니다.

 

2. 공학적으로 완벽한 도형, ‘삼각형’을 써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건축 현장에 있습니다. 다리를 짓거나 크레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도형, 바로 ‘삼각형’입니다.

 

📐 브라켓 선택 가이드

  • 일반 ‘ㄱ’자: 예쁘지만 약함. (화분이나 액자용)
  • 보강대(Rib) 있는 삼각형: 대각선 지지대가 힘을 분산시킴.
    뚱냥이 선반 필수템.

 

브라켓의 가로와 세로를 이어주는 ‘대각선 지지대’가 있는 제품을 고르세요.
이 대각선이 선반 끝에서 누르는 힘을 벽 쪽으로 떠넘겨줍니다(압축력).

 

제가 다이소표 ‘ㄱ’자 브라켓을 다 떼어내고,
철물점에서 산 투박한 ‘삼각형 까치발 브라켓’으로 바꿨더니 거짓말처럼 흔들림이 사라졌습니다.
11kg 냥이가 점프해서 착지해도 ‘텅!’ 하는 둔탁한 소리만 날 뿐,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3. 최악의 선택: 무지주 선반 (Floating Shelf)

 

가끔 “브라켓 안 보이는 선반(무지주 선반) 써도 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호텔처럼 깔끔해 보이니까요.

 

제 대답은 “뚱냥이 키우시면 절대 안 됩니다”입니다.

 

무지주 선반은 벽 안에 박힌 쇠막대기 두어 개로 버티는 구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100% 쳐집니다.
심지어 뚱냥이가 뛰어내릴 때 그 충격으로 벽 내부 쇠막대기가 휘거나 부러지면, 선반이 통째로 빠지면서 대형 사고가 납니다.

 

우리 집 인테리어가 카페는 아니잖아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4. 결론: 예쁨을 버리고 튼튼함을 얻다

 

삼각형 브라켓, 솔직히 말해서 좀 투박하고 안 예쁩니다.
선반 밑으로 대각선 쇠기둥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맛본 고양이가 선반 위에서 배를 까고 자는 모습을 보면,
그 투박한 쇠기둥이 그렇게 든든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 댁에 있는 선반 끝을 손으로 꾹 눌러보세요.
만약 선반이 휘청거리거나 각도가 90도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철물점에 가서 “삼각형 까치발 주세요”라고 외치세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튼튼하게 단 선반 위에서,
뚱냥이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걸 막아주는 ‘8. 미끄럼 방지 카펫 스크래쳐 마감의 필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원목 그대로 쓰면 스케이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