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kg 거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입니다.
혹시 댁에 있는 캣타워나 선반, 맨들맨들한 원목 그대로 쓰고 계신가요?
나무결이 살아있어서 예쁘고, 청소하기도 편하니까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캣타워 3층에서 점프해서 내려오던 우리 뚱냥이가 ‘찌익-‘ 하고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착지하는 순간 발바닥이 원목 위에서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진 겁니다.
다행히 뼈는 안 다쳤지만, 아이는 놀라서 꼬리가 펑 터진 채로 침대 밑으로 숨어버렸죠.
오늘은 뚱냥이 집에서는 ‘생원목(Raw Wood)’이 왜 흉기나 다름없는지, 그리고 ‘카펫 마감’이 왜 필수인지 피 튀기는(?)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1. 무거울수록 멈추지 못한다 (관성의 법칙)
3~4kg의 가벼운 고양이는 원목이 좀 미끄러워도 근육으로 균형을 잡습니다.
하지만 10kg가 넘는 뚱냥이는 다릅니다.
질량(무게)이 클수록 관성도 커집니다.
즉,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털이 긴 장모종이나, 발바닥 털 정리가 안 된 뚱냥이가 코팅된 원목을 밟는 건
사람이 양말 신고 빙판길을 걷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날 사고 이후, 저희 고양이는 캣타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기는 미끄러운 곳, 위험한 곳”이라고 학습해 버린 거죠.
2. 고양이의 안정감은 ‘발톱’에서 온다
고양이가 나무를 잘 타는 이유는 발톱을 나무껍질에 ‘박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매끈한 가구용 원목에는 발톱이 박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카페트’ 혹은 ‘스크래쳐 매트’입니다.
🧶 카펫 마감의 두 가지 효과
- ① 브레이크 기능: 착지 순간 발톱이 카페트 올 사이로 파고들어 확실한 제동력을 줌.
- ② 관절 보호: 딱딱한 나무가 아닌 직물이 충격을 1차로 흡수해 줌.
제가 다이소에서 파는 ‘타일 카페트’를 사다가 캣타워 전 층에 깔아줬더니,
녀석이 발톱을 콱 박고 기지개를 켜더군요.
“아, 이제 안 미끄러지네?”라는 걸 확인한 순간, 다시 캣타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3. 그냥 깔지 말고 ‘고정’하세요
여기서 주의할 점!
그냥 카페트를 툭 올려두기만 하면 더 위험합니다.
고양이가 점프할 때 카페트와 함께 썰매 타듯 날아갈 수 있거든요. (이것도 경험담입니다…)
반드시 고정해야 합니다.
- 벨크로(찍찍이): 세탁할 때 떼어낼 수 있어서 가장 추천.
- 양면테이프: 가장 튼튼하지만 나중에 끈끈이가 남음.
- 똑딱이 단추: 비싼 캣타워 옵션에 주로 있음.
저는 다이소 벨크로 테이프를 사서 모서리마다 붙여줬습니다.
11kg 뚱냥이가 우다다를 해도 카페트가 밀리지 않아야 합격입니다.
4. 결론: 나무결은 집사 눈에만 좋습니다
원목 캣타워, 비싸게 주고 샀는데 카페트로 다 덮으려니 아까우신가요?
나무결이 가려져서 인테리어를 해친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우리 고양이의 십자인대는 한 번 끊어지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수술비 수백만 원은 덤이고요.
지금 캣타워를 만져보세요.
손바닥이 스르륵 미끄러진다면, 뚱냥이 발바닥에겐 빙판길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타일 카페트 몇 장 사서 붙여주세요.
미끄러질 걱정 없이 뛰어노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인테리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겁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뚱냥이들이 좁은 통로에 끼여서 패닉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한,
‘9. 터널/해먹 최소 지름 30cm (끼임 방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