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액체라고요? 우리 집 뚱냥이는 ‘고체’라서 끼입니다 (터널 지름의 중요성)

 

안녕하세요. 11kg 거대 고양이와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다들 “고양이는 액체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머리만 들어가면 몸통은 어디든 통과한다는 그 유명한 속설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국민 냥템’이라 불리는 터널 장난감을 사줬죠.

 

신나서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가던 우리 뚱냥이…
중간쯤 들어갔을까요? 갑자기 “애옹!! 애오옹!!” 하며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터널이 몸통에 꽉 껴서 오도 가도 못하고 패닉에 빠진 겁니다.
제가 가위로 터널을 잘라서 구조(?)해 줘야 했습니다.

 

오늘은 뚱냥이 집사라면 장난감 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생명 지름 30cm’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25cm는 뚱냥이에게 ‘감옥’이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고양이 터널, 투명 해먹의 지름은 25cm입니다.
보통 고양이(4~5kg)들에게는 아늑하게 몸을 감싸주는 최적의 사이즈죠.

 

하지만 8kg가 넘어가는 뚱냥이들은 다릅니다.
이 친구들의 뱃살은 털이 찐 게 아니라 ‘진짜 지방’이라서 압축이 안 됩니다. 그냥 고체입니다.

 

25cm 구멍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으면?
흉곽이 압박되어 숨쉬기가 힘들고, 뱃살이 터널 내벽에 쓸리면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됩니다.

 

한번 꽉 끼이는 공포(폐쇄공포증)를 맛본 고양이는,
그 뒤로는 좁은 구멍이나 상자만 봐도 기겁하고 도망갑니다.
비싼 돈 주고 산 숨숨집들이 창고행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2. 실패 없는 사이즈, 지름 30cm를 찾아라

 

그 사건 이후, 저는 줄자를 들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입구나 통로 지름이 최소 30cm 이상 되는 것만 삽니다.

 

📏 뚱냥이 용품 사이즈 체크리스트

  • 일자 터널: 지름 30cm 이상 (강아지용 터널 추천)
  • 투명 해먹(아크릴): 지름 35cm~40cm (25cm는 들어가다 낌)
  • 이동장 입구: 가로세로 30cm 이상

 

특히 ‘강아지용(중형견) 어질리티 터널’이 뚱냥이에게 딱입니다.
지름이 넉넉해서 아이가 안에서 유턴도 할 수 있고, 숨바꼭질하며 뛰어놀 때도 걸리적거리지 않거든요.

 

3. 투명 해먹의 배신 (여름철 주의)

 

캣타워에 옵션으로 달린 ‘투명 아크릴 해먹’도 주의해야 합니다.
뚱냥이가 들어가면 그릇에 꽉 찬 젤리처럼 귀엽게 보이지만, 사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몸이 꽉 끼면 ‘통풍’이 안 됩니다.
고양이는 가뜩이나 열 배출이 잘 안 되는데, 아크릴 안에 갇혀서 체온이 오르면 열사병 위험이 있습니다.
또, 습기가 차서 피부병이 생기기도 쉽고요.

 

투명 해먹을 고를 때는 무조건 ‘특대형(왕만두용)’ 사이즈를 고르셔야
옆으로 공기가 통할 틈이 생깁니다.

 

4. 결론: 꽉 끼는 건 귀여운 게 아니라 위험한 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뚱냥이가 작은 상자에 꽉 껴있는 걸 보고 “귀엽다”고 웃곤 합니다.
하지만 집사라면 웃기 전에 “저거 위험한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고양이가 장난감에 들어갔다가 스스로 못 빠져나와서
집사가 퇴근할 때까지 공포에 떨며 갇혀 있었다는 사례가 실제로 꽤 많습니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아둔 터널이 있다면 상세페이지를 확인해 보세요.
‘지름(Diameter) 25cm’라고 적혀 있다면 과감히 삭제하세요.

 

우리 뚱냥이에겐 30cm 이상의 넓은 세상이 필요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창밖 구경을 좋아하는 뚱냥이를 위한,
’10. 윈도우 해먹 지지대형 vs 흡착형 안전성’에 대해 팩트 체크해 드리겠습니다. (흡착판 믿다가 TV 액정 깨먹은 썰 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