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숨숨집, 고양이가 안 쓴다고요? 입구 5cm의 비밀 (DIY 리폼)

 

안녕하세요. 11kg 뚱냥이를 모시는 집사입니다.

 

집사님들, 혹시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산 ‘상어 숨숨집’이나 ‘원목 하우스’
고양이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창고에 처박아두거나 당근마켓에 올린 적 없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 우리 애는 개방적인 성격이라 막혀있는 걸 싫어하나 봐”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집사의 착각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안 들어간 게 아니라, 입구가 너무 좁아서 ‘못’ 들어간 거였습니다.

 

오늘은 창고행 직전의 숨숨집을 가위와 톱 하나로 심폐 소생시켜서, 뚱냥이의 ‘최애 VIP룸’으로 만드는 리폼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1. 고양이는 머리만 들어가면 된다? (뚱냥이는 예외)

 

보통 숨숨집 입구 지름은 15cm ~ 18cm 정도로 제작됩니다.
표준 체중의 고양이들은 몸을 구겨서 쏙 들어갈 수 있는 아늑한 크기죠.

 

하지만 뱃살이 두툼한 10kg 뚱냥이에게 18cm는 ‘개구멍’ 수준입니다.
머리는 들어가지만, 가장 두꺼운 뱃살과 엉덩이가 걸립니다.

 

고양이는 수염으로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는데,
입구에 수염이 심하게 닿으면 “여긴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판단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즉, 취향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사이즈 문제였던 겁니다.

 

2. 펠트/천 숨숨집: 과감하게 ‘가위’를 드세요

 

가장 흔한 ‘펠트(Felt)’ 소재의 숨숨집은 리폼하기 제일 쉽습니다.
준비물은 잘 드는 재단 가위 하나면 됩니다.

 

✂️ 뚱냥이 맞춤 확장 수술법

  • 확장형 (Expansion): 입구를 동그랗게 오려내어 지름을 25cm 이상으로 넓혀줍니다.
  • 개방형 (Convertible): 아예 천장 뚜껑을 반쯤 잘라내서 ‘오픈형 바구니’처럼 만들어줍니다. (뚱냥이들이 제일 좋아함)

 

저는 입구가 좁은 상어 모양 숨숨집의 입을 가위로 찢어서(?) 활짝 웃는 상어로 만들어줬습니다.
입구가 넓어지자마자 녀석이 보란 듯이 들어가서 꿀잠을 자더군요.
(자른 단면이 날카롭다면 천 테이프로 마감해 주시면 완벽합니다.)

 

3. 원목/플라스틱 하우스: 톱질 혹은 ‘문짝 제거’

 

문제는 딱딱한 원목이나 플라스틱 하우스입니다.
이건 장비가 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방법, 문짝 떼기.
대부분의 원목 하우스는 앞판(문)이 분리됩니다. 그냥 앞판을 떼어버리고 뻥 뚫린 채로 쓰세요.
휑해 보인다면 예쁜 커튼 천을 압정으로 살짝 달아주면 됩니다.

 

두 번째 방법, 톱질(Jigsaw).
입구 모양대로 나무를 잘라내는 건데, 이건 손재주가 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잘린 단면은 반드시 사포(Sandpaper)로 갈아줘야 합니다.
거친 나무 가시에 뚱냥이 뱃살이 긁히면 큰일 나니까요.

 

4. 결론: 버리지 말고 고쳐 쓰세요

 

“비싼 돈 주고 사서 왜 잘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안 써서 먼지만 쌓이는 5만 원짜리 쓰레기가 되는 것보단,
좀 못생겨지더라도 고양이가 매일 쓰는 ‘애착 하우스’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집 구석에 방치된 숨숨집을 꺼내보세요.
그리고 주먹을 넣어보세요. 만약 주먹 두 개가 넉넉히 안 들어간다면, 그건 뚱냥이에게 너무 좁은 겁니다.

 

오늘 밤, 과감하게 가위를 들어보세요.
집사의 수고 5분으로 뚱냥이에게 새로운 아지트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방문에 구멍을 뚫어 뚱냥이 전용 통로를 만들 때 꼭 재야 하는,
’14. 뚱냥이 흉곽 너비와 펫도어 사이즈 측정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거 잘못 재면 뱃살 끼입니다.)